대학원 졸업 후 첫 직장이었다. 작은 벤처기업이었고 2년후 결국은 문을 닫은 영세한 곳이었다. 선임 개발자들이 퇴직을 하는 중이었고, 내가 거의 개발을 맡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곳에 나보다 먼저 들어와서 상당량의 코드를 작성한 말단 개발자도 거의 나가기 직전이었다.
그 개발자는 코딩 실력이 형편없었다. 게다가 책임감도 없이 짜여진 수백장 분량의 코드는 그가 나가고 난 다음에 유지보수를 해야하는 나로써는 보통 짜증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의 조잡한 코드를 분석하다가 어느 날은 폭발을 하고 말았다. 그가 만든 코드를 모두 뽑았더니 엄청난 두께가 되었다. 그걸 그에 책상에 탕 내려놓으면서 "XX씨가 한번 보세요! 이런 코드를 짜고 싶으세요?!"라고 다른 사람들도 있는 곳에서 큰 소리를 치고 말았다.
그 일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내가 지금도 후회하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가 얼마나 무안하고 기분이 상했을지 생각하면 얼굴이 뜨뜻해진다.
그 후로 몇 회사를 거치면서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났다. 배려심이 없는 사람은 어딜가나 있지만 특히 똑똑한 사람 중에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만큼 힘든 것이 없다. 상대방의 작은 실수를 조목조목 들쳐내어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고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었다 싶으면 어떤식으로든 철저히 응징한다.
배려 없는 똑똑한 사람은 결국 외톨이가 되고 만다. 그 사람과는 절대로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뿐이지만 자기 자신은 그것을 모른다.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조금 덜 똑똑하더라도 같이 일하는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자기 짐이 아니어도 같이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이다. 말하자면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그때 내가 좀 더 배려심이 있어서 그를 따로 만나서 나의 고충을 얘기하고 그에게 내가 분석하지 않아도 될 부분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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