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7일

[독후감]마을로 간 한국전쟁, 박찬승

국가기록원에 의하면 한국 전쟁 기간 중 남한측 군인은 사망자가 13만 여명인데 민간인 사망자는 37만 여명(실종은 38만 여명)이라고 한다.  전투 지역이 아닌 후방에서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던 것은 전쟁전부터 있었던 지역 내외부의 갈등관계가 남북한 지도부의 직간접적인 개입에 의해 이웃간의 학살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갈등이라 함은 양반-평민간의 신분 갈등,  지주(혹은 마름)-소작인(혹은 머슴)간의 계급 갈등, 기독교-사회주의간의 종교 혹은 이념 갈등, 친족 내부의 갈등, 마을간의 갈등 등의 '복합적 갈등구조'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 전쟁의 민간인 학살은 단순한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또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갈등이 아니라 전쟁 전후 맥락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복합적 갈등에 의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박노자 교수가 자신의 글  '진보 정치 부진의 이유'에서 언급한 '한국인들의 실질적 이데올로기는 가족 내지 의사(擬似) 가족 집단의 이기주의'라는 명제가 한국전쟁시의 복합적 갈등을  단순한 수식으로 풀어낼 열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당시 온갖 갈등의 최소 단위는 가족 내지 의사 가족에 이르게 된다. 가족 구성원 중에 리더격인 누군가 사회주의자가 되면 그 가족 구성원은 자연스레 사회주의자들이 되고 가족의 핵심 구성원이 우익 청년당원이 되면 다른 구성원들도 우익이 된다. 그런식으로 양반가가 좌익이 되고 평민가가 우익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상대를 처벌할 경우, 그것이 우익이든 좌익이든 반드시 그 가족들도 처형한다. 살아남은 가족은 평생 연좌제에 묶이고.  이와 같이 모든 갈등과 사건의 최소 단위는 가족 내지 의사 가족 집단으로 풀어낼 수 있다.

박찬승 교수가 '마을로 간 한국전쟁'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거시적 틀에서 파악할 수 없는 저 아래의 구체적이고 다양한 갈등, 그렇지만 한국인의 복잡한 갈등 관계를 움직이는 뭔가 근본적인 동인 즉 가족으로 묶이는 집단의 이기주의를 보여주려 했던 것은 아닐까?

[마을로 간 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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