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에 이렇다할 공인 영어성적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더 심해졌지만 그때도 취업에 있어서 토익점수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름 있는 기업들은 입사지원시 토익점수 또는 다른 공인 영어시험에 대한 성적을 요구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지원을 하게 되면 영어성적을 집어넣지 않으면 아예 submit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지요.
토익시험은 일요일에 시행되기 때문에 주일성수 문제때문에 한번도 치를 기회가 없었습니다. 물론 모의 토익시험은 몇 번 보았지요. 알아보니 토플시험은 일요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 토플시험을 치르려면 서울 마포구까지 가야했습니다. 공부 방법도 모르고 같이 공부할 사람도 찾지 못하고 게으르게 준비하고 상경하여 처음 치른 토플시험은 처참했습니다. 너무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원래 영어는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라 생각했었는데 토플 시험 이후로는 그냥 이게 내 철학이다는 핑계로 공인시험이란 것은 거들떠 보지 않았죠. 대기업에 들어갈 길도 막혔구요. ^^;
4년 1개월간 벤처기업에서 전문연구요원 복무를 마치고 이직을 고려할 때 대기업이 아니라 외국계기업을 생각한 것이 역설적이게도 결국 공인영어시험 점수라는 벽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외국계기업에 도전해보자라고 마음을 먹으니 기왕 허황된 꿈을 꾸는 거면 세계 최고의 IT기업에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습니다. 영어성적 하나없이 대부분의 기술면접을 영어로 치루고 결국 합격했습니다.
입사후 교육을 받기 위해 홀로 미국에 도착했을 때 영어때문에 너무나 기가 죽어있었습니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리는 것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는데 외국여행경험이 별로 없던 상황에서 영어마저 안되니 정말 애를 먹었습니다. 간신히 회사에서 미리 예약해준 숙소에 도착했는데 배가 너무 고팠습니다. 당시는 기내식이 익숙하지 않아서 거의 굶다시피 했거든요. 길을 잃으면 낭패니 차를 두고 숙소를 나와 무작정 한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조금만 걸어나가면 햄버거 가게가 수두룩한데 이넘의 나라는 한시간을 걸어도 그냥 건물 뿐이지 햄버거 가게는 꼬빼기도 비치지 않았습니다. 포기하고 그냥 돌아와 방을 뒤져보니 사탕몇개가 있어 아주 천천히 녹여먹고 둘러보니 원두커피팩이 있어서 그걸 내려서 마신다음에 잤습니다.
다음날 드디어 회사에 처음으로 출근을 했습니다. 아침은 당연히 굶었구요. 오전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드디어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 유명한 회사식당에서 식사를 하게된것이지요. 그런데 웬걸... 온통 모르는 음식에 느끼하게 생긴것이 도저히 먹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샐러드용 풀만 열심히 뜯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식사도 회사에서 해야하는 데 오리엔테이션 담당자가 저한테 오더니 "You can go home."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 말이 "Go home"이라고만 생각했지 뭡니까. 영어에 잔뜩 주늑든 저로서는 "나 여기서 밥 먹고 가도되?"라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Yes" 하고 퇴근을 했습니다.
숙소에 돌아오니 미치도록 배가 고팠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원두커피팩이 새것으로 교체되어 있는 것이 눈에 확 띄었습니다. 숙소의 관리소에서 채워놓은 것이었습니다. 그 날은 물을 많이 내려서 가득먹고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비행기 탈때부터 거의 3일은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숙소는 아침은 매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고, 숙소 입구에서 대각선 방향의 골목으로 10초만 걸어가면 맥도날드 햄버거 집이 있었고, 회사에서는 삼시세끼 제한없이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굶은 것은 순전히 영어와 새로운 환경에 완전히 주눅이 들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의 배고픔과 창피함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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