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1일

영어의 추억 (3)

영어에 대한 아들의 동기

그냥 시험을 위해 하는 공부가 있고 진짜 필요하다고 느껴서 시작하는 공부가 있다.  미국에 오기전 첫째가 유치원을 다니면서 그 때 유행이던 '마법천자문'이라는 책 때문에 한자 공부에 재미를 붙였었다.  미국에 와서도 자기는 한자는 재미있다고 한자책만 집어들었다.  영어공부는 하고 싶지 않다고 고집을 부렸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른 미국 학교에 와서 곤란한 경우가 몇 번 있었던 모양이지만 고집을 꺾지는 않았다.  뭐 하기 싫다는 걸 억지로 시킬수도 없으니 그냥 놔두고 보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후 아들의 태도가 확 바뀌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어느날 자기전에 기도를 해주려고 하는데 불쑥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닌가.  왜 배우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를 해주었다.  첫째의 짝꿍이 타일러라는 아이였는데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슬프게 울더란다.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고 위로해주고 싶었는데 할 수 있는 말이 그 아이의 이름밖에 없더란다.  그저 타일러라는 이름만 되뇌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더라고...  아이의 이 말을 듣는 아비의 맘이란 어떠했겠는가.

당장 근처 대학에서 강의하는 ESL강사를 섭외하여 개인교습을 받도록 해주었다.  그렇게 시작한 개인교습이 이제 1년 반정도 되었다.  첫째의 영어실력은 놀랍게 빨리 늘어서 이제는 제 또래의 아이들처럼 해리포터를 술술 읽고 때로는 부모의 통역관이 되기도 한다.  요즘은 우리말을 잊지 않도록 집에서는 우리말로만 대화하라고 강제할 정도로 영어가 익숙해졌다.

다른 모든 것처럼 영어도 진짜 필요하다고 느낄 때 그제서야 진정한 공부가 시작된다.  또한 강한 동기부여는 종종 주위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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